저는 602번 파란색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합니다. 제가 타는 602번 버스는 휴일을 제외하고 출근시간에 인근의 중고등학생의 등교시간과 맞물려서 매우 혼잡스럽습니다.따라서 어는 대중교통 수단과 마찬가지로 몸싸움(?)이 부지불식간에 많이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몸싸움이나 밀치기는 다수가 그렇듯이 애교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전이었습니다. 역시 그날도 제가 602번 버스에 올랐던 용문사입구부터 이미 버스안은 통조림이었습니다. 저는 필사적으로(?)뒤쪽으로 갔습니다.출근길 만원버스의 특징은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대화가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음악이나 DMB폰을 통해서 영상시청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책이나 신문을 보십니다. 퇴근길 만원버스가 시끄러운 것과는 나름대로 대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야..x팔"하는 육두문자가 들려왔습니다. "왜 그래 어린xx"하는 맞대응 고함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뒤에서 상황을 보니 만원버스안에서 좌석손잡이에 손을 끼어잡고 어떤 젊은 여자분이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방금 승차하신 할머니 한분이 잡을곳이 마땅치않자...동일한 좌석손잡이에 손을 넣으면서 손에 통증이 가해진 모양이었습니다.이어폰을 낀 상태라 목소리가 엄청크게 들렸습니다. 뒤이어....
"손이 끼었잖아요...사과하셔야죠??"당당한 젊은 여자분의 목소리가 뒤에까지 카랑카랑하게 들렸습니다. "뭐 이x이...어른한테 무슨말버릇이야...너는 위아래도 없어.."몇번의 말다툼이 있었지만 주위사람들이 서로에게 참으시라고 주의를 주는 바람에 사태는 일단락된것처럼 보였습니다.....
버스가 양화대교를 지나 합정지하철 환승역에 도달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내리시려고 이동을 하시느라 뒤모습이 드러났고 그 젊은 여자분도 내리시는지 바로 뒤에서 따라 오시더군요...워낙 사람들이 많이 내리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데......
사건은 그때 다시 발생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버스카드를 뒷문 감지기에 대고 내리시려는데... 바로 뒤에 따라붙었던 그 젊은 여자분이 발로 할머니의 등짝을 밀쳤습니다. 다행이 앞에 사람들이 있었기때문에 차밖으로 굴러떠러지시지는 안았지만, 버스안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하차를 하시려던 분들이 젊은 여자분을 질책하면서 두 할머니와 손녀뻘 되는 여인네들의 다툼을 말리셨고 이 와중에 젊은 여자분은 버스에 계속남으셨고,할머니는 저주섞인 말을 내밷으며 하차하셨습니다.
너무도 순식간에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어었습니다. 저는 홍대지하철역에서 하차를 하기때문에 뒤에서 이 광경을 보았습니다.
한동안 말을 잊을 정도로 갑자기 이 사회가 답답하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출퇴근의 힘차고 보람이 느껴지는 분위기의 버스안보다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분위기의 승객의 얼굴들...희망 보다는 무덤덤한 세월의 흔적만이 어려있는 그 모습들... 그 모습속에 제가있었습니다.
이 날의 사건은 어쩌면 우리안에 웅크리고 있는 고슴도치처럼 잔혹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겠다는 투쟁본능의 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편리성과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지수는 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는 어쩌면 무엇이가를 얻기위해서 무엇인가를 잃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슬픈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