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그 동안의 경제 성장과 비교해서 사회적인 변혁이 크지 않았고 아노미 현상과 문화지체 현상이 크지 않았다.
이는 대가족제도에 의한 정적인 문화와 사회공동체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사회의 근간이 되었던 가족간의 정리와 이웃간의 공동체 의식이 경제위주의 사회재구성에 의해서 재편성의 단계를 거치면서 위기의식을 던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들이 같이 어울리던 여중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한강에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A양(15)을 사흘간 폭행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A양은 결국 숨졌다. 이들은 A양의 시신을 훼손해 서울 양화대교에 던졌다.
지난 13일 전남 나주에서는 같은 동네에 사는 초·중·대학생 11명이 초등학교 6학년 B군(13)을 폭행했다. B군이 평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장애학생을 놀렸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B군을 동네 방죽 등지를 끌고 다니며 3시간가량 집단 폭행해 기절시켰다.
지난달 17일 번화가인 서울 송파구 신천역 먹자골목에서는 경비업체 직원 C씨(23)가 10대 유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20일 만에 숨졌다.
동남아 국가 한 국제고에 다니는 이들은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 이들은 이 곳에서 술을 먹고나와 길을 걷다가 '어깨가 부딪쳤다'는 이유로 C씨와 시비가 붙었다. 10대 유학생 7명은 15분간 C씨를 일방적으로 구타한 뒤 택시를 타고 떠났다.
전문가들은 집단폭행을 일부 개인의 일탈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입시, 취업 등 경쟁 심화로 인한 피해의식과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표창원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집단폭행은 조직폭력과 같이 금전 등 공통목적을 가진 집단이 개인을 대상으로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연령과 직업, 성별 등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표 교수는 "전에는 집단이성을 통해 한명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나머지가 제지하던 것을 현재는 조짐과 기회만 있다면 묵혀있던 감정을 표출하는 기회로 삼는다"며 "익명사회 속에서 소외되기 싫다는 심리와 폭력을 통해서라도 집단의식을 표출하려는 심리가 맞물려 상황을 확대시킨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는 불안정 사회로 진입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취업, 교육 등 하나의 목표를 항해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살인적 경쟁 속에 발생한 피해의식 등이 폭력을 통해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임기응변식 단기 처방보다는 심화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 교수는 "사람들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 확보 등을 통해 경쟁의 부담감을 덜고 개인들의 잠재적 분노를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교수는 "열등감, 소통부재, 소외감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기제가 필요하다"며 "학교와 직장 등에서 상담 과정을 만들고 경쟁을 완화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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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폭력과 분노가 사회적인 약자를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자행되고 사회적인 무관심이 이러한 폭력을 익숙하게 하고 이러한 폭력에 대처하는 이들을 오히려 바보로 인식하게 한다.
결국, 타인의 배려와 타인을 통한 자신의 권리보호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할 전적인 개인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한국의 사회문화는 기로에 서있다. 전적인 무기력과 이기적인 문화에 익숙해지는 길로 접어들 것인지,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분노와 격정을 느끼면서 감정에 충실한 삶의 공간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