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꿈에서 말한다.
자신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해달라고..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 같은데..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뒷모습이 익숙해 보인다.
다시 꿈속에서의
장면이 바뀐다.
나는 그 사람을 배웅하고 있다.
약간 높이가 있는 둔덕위에 서서
그 사람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해안을 따라서 아침햇살의 따사로움을
받으면 수많은 이들이 바다를 보면서
길을 나서고 있다.
천천히 반달모양의 해안선을 따라서 저 멀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말한마디 없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 배웅을 부탁한 이도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그 행렬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이 꿈을 꾸고 참으로 이상했다.
내가 잘 아는 사람,
그런데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남자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나는 이 꿈을 마음의 상자속에 넣어두었다.
기회가 되면 꺼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생각으로..
그리고 시간이 어느 덧 한 1년이 지난 오늘..
평소친하게 지냈지만 한 동안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연락이 뜸했던 이에게 연락이 왔다.
나에게 꼭 알려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오래전에 치료했던 신장암이 재발되었고
이미 다른 부위로 상당한 전이가 이루어졌다.
또한 헤모글로빈 수치가 지니차게 낮아서 치료를 통한
회복가능성이 낮다는 진단결과를 받았다.>
이런 사실을 담담하게 말하면서
이제 준비를 하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갑지기 지난 해 꾸었던 꿈이
경박스럽게 생각이 난다.
그리고,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하면서 급히
전화를 끊었다.
어린시절 아버님을 여의고,
다시 몇해전에 어머님마져 떠나보낸 사람.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같이 할 이는 아무도
없다. 형제들이 있지만,
그닥 자주보는 사이는 아니었고
특별히 상황이 바뀔 조짐이 없으니
나에게 우선 자신의 상황을 알린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내가 해야 할일을 미리 알수 있도록
하늘이 나에게 미리 시그널을
보내주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