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성을 떠올릴지 모른다.
어쩌면 공익이나 공동체의식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냉정하게 거리를 두고 보면
공익, 공동체, 이성, 공존, 이웃 등의 보다 거창한
단어들은 너무나 낮간지럽다.
사실 딱 한가지가 인간행동의
가장 강력한 동인이기
때문이다.
바로 욕심(탐욕)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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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과 토백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삼팔선 이남의 어느마을..
인구 총300명(88가구) 정도의
그저 그런 황량하지도 붐비지도 않은
그런 마을이 있다.
김씨는 이발소를 부지런히 청소하면서
오늘은 몇명의 손님이나 올까하고
헤아려 보았다.
동네가 뻔해서 이발을 하는 이들은
아주 속속들이 다 알고 지내는 이들이었다.
가게들이 이어져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거리의 한 구석이 바로 김씨의
생업본가이다.
가게뒤에는 바로 가족의 거처가 있다.
그곳에서 아내와 어린아들을
나름 건사하고 있다.
가게가 붐빌때
아내는 가끔 도와주기도 하지만,
사실 그럴일은 거의 없다.
항상 한가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낮선 손님의 방문이 있었다.
말쑥한 도시인의 냄새가 풍기는 그는
스스로를 이 마을을 아우르는 지역의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라고 했다.
선거철에나 만날 가능성이 얼굴이라,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이런 저런 마을동향을 안주로 담소를 나누는데,
면도를 하면서 그 보좌관은
이 지역이 통일한국의 핵심 지역으로 예정되었고,
통일이전이라도 남북한 육상교류의 교통핵심지역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귀뜸을 해주었다.
갑자기 김씨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보좌관이 자리를 뜬 이후에도
그는 한동한 넋이 나간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아내와 이른 저녁을 먹는데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아내는 그런 높으신 분이
허언을 입에 담을리는 없고,
이제 이 지역도 땅값이 좀 오르겠네 하였다.
갑자기, 김씨는 눈이 번뜩 뜨였다.
식사를 마치자 마자.
가게문을 닫았다.
그리고 평소에 친분이 있는
이장과 마을신문을 편집.발간하는
박씨를 찾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렸다.
그들은 몹시 기뻐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응시하더니,
아직 이 사실을 모르는 마을주민들에게
어떤식으로 언제 알릴 것인지를
상의했다.
마을방송국도 담당하는 이장은
당장 알리자고 했지만,
이발소 김씨와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박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2~3일 지나서 주말 정기방송?에서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결국, 주말에 방송을 알리고 다음 주에 나올
마을신문에 보다 자세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그들은 조용히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넌지시 아내에게 지금 모아둔
돈이 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내는 갑자기 놀라서 왜??하고 되물었다.
김씨는 목소리를 낮추고
아내에게 지금 나온 가게나 집들을 좀 사놓으면
본격적인 개발시에는
수배에서 수십배 오를 것이라고 속삭였다.
역시 아내의 눈도 반짝 였다.
이길로 이 둘은 마을에서 하나밖에 없는
마을부동산 소개소인 복자내 복덕방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이미 이장과 박씨가 와 있었고,
거래매물을 놓고 복자할머니와 논의 중이었다.
이 와중에 다시 김씨네 부부가 가세해서
치열한 투기판이 벌어졌다.
영문을 모르는 복자할머니는
일단, 거래가 다수 일어난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나머지들은 빨리 매물을 확보해야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미쳐가고 있었다.
매매물건은 총 18건이 있었고,
다들 그 지역민들이라 위치는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복자할머니가 계약금을
우선 거는 이들에게 물건을 넘기겠다고 하니,
각자 현금을 챙기려 급하게 가게에서 나왔다.
집에 몰래 모셔둔 비상자금,
마을에 하나뿐이 농협에 있는
ATM기에서 뽑은 현금 등을
모아서 그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복자할머니네 복덕방으로 다시모였다.
결국, 자금력이 좋은 이장이
굵직한 물건 8개를 챙겼고,
나머지를 5개씩 김씨와 박씨가 나눠서 챙겼다.
이렇게 계약금만으로
일단 물건을 찜해놓으니 정히 마음이 놓였는지,
이장,김씨,박씨는 서로 호형호재하면서
더없이 다정해 보였다.
그러고, 주말이 되었고,
이장이 지역개발내용에 양념을
잘 버무려져서 방송했다.
월요일 정기간행되는 마을신문에는
다시 더욱 더 각색되어
마치 마을에 대도시가 들어설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복자내 복덕방은 또 한차래 난리가 휘몰아쳤다.
이미 물건을 내놓고 계약금을 받은 이들이
다시 그 매물을 취소하려고 온 것이다.
그러나, 이장,김씨,박씨 등이 그 취소를 해줄리 만무했다.
이미 정보를 알고 그 물건들을 확보했으니
사기고 도적질이라고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이장,김씨,박씨는 일체 댓구없이
각자 집에 처박혀서 대박의 꿈을 꾸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서울의 멋진 동네에서의
삶을 살수있다는 생각에
드라마에서의 삶이 자신들에게 현실이 된 것에 대해서
천지신명께 감사를 드리고
가족들도 덩달아 축제분위기였다.
이렇게 마을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을 즈음에
이 지역을 취재하던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이 내용을 본인의 방송국으로 전송했다.
그러자, 다양한 지상파방송국에서
그 사실진위와 이 마을의 개발가능성을
심층취재하기 시작했다.
사건은 와전과 오해의 비빔밥이었다.
일단 지역구 의원보좌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이는
그 지역구 의원이 아닌 다른 지역구
전보좌관으로 밝혀졌고,
자신은 그저 일간지 신문에서 본
통일관련기사의 한토막을 전한 것 뿐이라고 했다.
이렇게 마무리되면서
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다만, 이장과 이발소김씨 그리고 채소가게 박씨만은
지역 유지?가 될수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고
그동안 모은 모든 재산을 계약금으로 날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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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과 공동체의식이 아닌,
욕심일 것이다.
다만, 그 욕심은 복이나 기회 그리고
공존과 착각으로 포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