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어느 수도원 성당 고해소 위에 달려있는 십자가의 예수님은 오른팔이 축 늘어져 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오래 전 이 고해소에 어느 신자가 와서 엄청난 죄를 고백하였는데,
이때 신부는 다른 죄는 다 용서할 수 있어도 그 죄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바로 그때 고해소 위에 걸려있던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오른팔이
움직이면서
그 신자의 죄를 무조건 용서하라는 뜻으로 십자를 그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 십자가의 예수님 오른팔이 늘어져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었다.
살인죄를 저지르고도 10년 넘게 잡히지 않고 살아온 자가 자수하였다.
경찰은 그를 의심하지도 않았었는데 스스로 자기 죄를 고백한 것이다.
그가 자수한 것은, 자기가 죽인 할머니의 마지막 기도 때문이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돈을 빼앗고 자기를 죽이려는 강도에게는 뭐라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주님께만 "주님, 제가 지금 당신께 갑니다."라고
여러 번 외쳤다고 했다.
할머니의 그 마지막 말이 그 살인자의 마음을 지난 20년간 괴롭히다가
끝내 자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상처 난 마음을 아물게 하기보다는 그 상처를 키우면서 살아가게 된다.
마치 꽃에다 물을 주듯이 상처에다 미움이라는 물을 주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받은 상처로 인해서 화를 끓이면서 그 위에다 매일같이
증오심의 물을 주면서
내게 상처 준 그 사람이 내 마음속을 다 차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 인생의 귀한 시간을 그 미운 사람이 다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움은 악순환이다.
그러면서 나는 벗들이나 가족들에게 피곤한 사람, 늘 불만에 차 있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송봉모 신부님 글-
용서는 오늘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의 용서는 바로 오늘의 용서일
뿐이고 내일 또 다시 분노의 감성이 살아날지 모른다.
끝임없이 비우고 용서를 시도하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자신의 본질에 다가가는 신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행복하고 싶다면 욕심을 비우고 용서와 화해를 생활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 대열에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