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입 코앞에 두고 버스 부딪쳐
등록금 보태려 하루8시간 일해
대학 입학을 3주 앞둔 10대 오토바이 피자배달원이 버스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3일 저녁 6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던 오토바이와 마주오던 버스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 김아무개(19)군이 숨졌다고 14일 밝혔다. ㅍ피자 배달원으로 일하던 김군은 사고 당시 피자 배달을 마친 뒤 당산동에 있는 매장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경찰은 김군의 오토바이가 문래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좌회전하다 맞은편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시속 60㎞ 속도로 직진하던 버스와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김군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50분 만에 뇌 손상으로 숨졌고, 사고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1명도 가벼운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버스기사 박아무개(53)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김군은 사고 나흘 전인 지난 9일 서울
여의도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다음달 2일 ㅎ대학교 중국어학과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밴드부에서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등 활동적인 학생이었다. 김군은 지난해 수능시험을 마친 뒤 12월7일부터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하루 8시간씩 일하고 한 달 평균 11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김군의 외삼촌 송아무개(49)씨는 "조카가 스스로 돈을 벌어 등록금에 보태고 용돈도 마련한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대학에 가서도 해병대 장교로 입대해 등록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친지들은 김군의 아버지가 자동차 정비소를 하고 있지만 김군 말고도 대학교 3학년인 딸과 11살 아들이 있어 늘 형편이 빠듯했다고 전했다. 김군의 빈소에서는 망연자실해 있는 부모 옆에서 김군의 11살짜리 남동생이 상주 역할을 대신했다.
ㅍ피자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다른 회사의 피자배달원 사망사고 때문에 우리도 모든 매장에 배달원 안전 우선을 강조해왔다"며 "사고 수습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가난이 주는 억눌림이 사람의 목숨마져 좌우한다.
대학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고차원척인 학문을 배우고 큰 사람이 되는 길이 아니라, 하나의 신분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다양한 사회적인 생활에서 차별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문은 결코 넓지 않다. 단순히 실력을 통해 얻게 되는 능력차라기 보다는 사교육과 입학금과 등록금이 주는 엄청난 금전적인 부담이 바로 그 주범이다.
한 젊은 생명의 사라짐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등록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엄청나게 쌓아놓은 재단전입금에 대한 정부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금의 등록금은 이제 절대로 서민이 넘볼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이제는 대학등록금이 우리의 삶을 억누르는 주범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