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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리폼 아이디어가 전하는 특별한 미감 신경옥 작업실과 와인 바 19番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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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가 지난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사는 게 점점 각박해진다고 쓸쓸해 하는 소리들도 자주 들립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이 시선을 돌리는 곳은 조금 더 아끼고, 다시 쓰고, 나눌 수 있는 리폼 방법들. 외양간을 생활 공간으로 리폼하는 사람도 있고, 정크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가 등장했으며, 리폼 전문 작가도 이제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무조건 새것이 최고라 여기던 우리들이었기에 지금 이렇게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를 일. 선구자적인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이미 리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에게서 보다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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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서 바라본 신경옥 작업실의 전경. 이제 오픈한 지 보름 남짓 되었지만 리폼을 통해 정크 스타일로 단장했기 때문에 익숙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배어난다. 페인트도 정교하게 바르지 않고 똑 떨어지는 가구 하나 없는 게 이 작업실만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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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에서 남은 시멘트 벽돌로 오른쪽에 가벽을 세우고, 한옥의 평상 마루를 떼어다가 책상 상판으로 재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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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신사동 가로수 길의 명소로 떠오른 와인 바 19번지의 모습. 딱히 어떤 스타일로 명명할 수 없는, 여러 나라의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이 공간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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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창호지 문이 19번지에서는 근사한 파티션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창호지를 떼어낸 틀 사이로 사진을 붙이고 등불을 매달아 과거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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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관에서 바라본 신경옥 작업실의 전경. 이제 오픈한 지 보름 남짓 되었지만 리폼을 통해 정크 스타일로 단장했기 때문에 익숙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배어난다. 페인트도 정교하게 바르지 않고 똑 떨어지는 가구 하나 없는 게 이 작업실만의 특징." "공사 현장에서 남은 시멘트 벽돌로 오른쪽에 가벽을 세우고, 한옥의 평상 마루를 떼어다가 책상 상판으로 재활용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신사동 가로수 길의 명소로 떠오른 와인 바 19번지의 모습. 딱히 어떤 스타일로 명명할 수 없는, 여러 나라의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이 공간의 특징이다." "한옥의 창호지 문이 19번지에서는 근사한 파티션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창호지를 떼어낸 틀 사이로 사진을 붙이고 등불을 매달아 과거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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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논에 물을 대는 전통 농업용 나무 수로에 신경옥의 재미난 아이디어가 보태져 조명으로 변신했다. 우 무언가로 리폼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다가 창가 선반에 쭉 나열해 두었다. 이 물건들이 언젠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가득한 제품들로 재탄생될 것.
코디네이터계의 대모, 혹은 우리나라 제1세대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그녀가 보름 전쯤 신사동 가로수 길에 새 작업실과 와인 바 ‘19번지’를 오픈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운데 가장 독특한 스타일을 내세우고 있는 그녀의 공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유니크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큰돈 들이지 않고 주변의 사물에, 옛 물건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경옥표’ 리폼 아이디어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먼저 신경옥 작업실부터 살펴보자.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리폼 아이디어는 굵직굵직한 것만 눈에 담는다 해도 대략 열 가지는 넘을 듯. 공사 현장에서 남은 시멘트 벽돌을 쌓아 가벽을 세웠고, 한옥의 툇마루를 떼어다가 책상 상판으로 재활용했으며, 남의 집에서 쓰던 평상을 가져와 패브릭을 씌워 침대로 만들었다. 어디 그뿐이랴. 쌀 됫박은 이곳에서 필통으로 대활약 중이고, 논바닥에 물을 대는 전통 농업용 나무 수로는 조명으로 재탄생해 공간 가득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나씩 둘러보면 재미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저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될 정도.
신경옥 씨의 평소 성격대로 이 공간은 매우 즉흥적으로 완성되었다. 무언가에 쓸모가 있을 것 같은 물건들을 죄다 모아다가 공사 현장에 펼쳐 놓은 뒤, ‘음, 이것으로 책상을 만들고 저것으로는 벽을 세우고, 조명은 이걸 활용해 만들어봐야겠군!’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철두철미한 계획 아래 진행된 어떤 공간보다 신경옥 작업실은 독특한 미감을 내뿜고 있으며 리폼 아이템을 가득 담은 스타일리시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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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오토바이 상가에서 사용하던 기름 때 묻은 사다리와 석유통이 19번지의 간판을 대신한다. 우 불규칙하게 붙여 놓은 엽서들도 이 공간에서는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
신경옥 작업실 아래층에는 19번지가 위치한다. 간판도 없고 글씨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는, 도저히 뭐하는 곳인지 힌트를 주지 않는 곳. 상호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주소가 신사동 19번지라 그렇게 지은 것뿐이란다. 가끔은 단순함에서 이런 기발함이 탄생하기도 하나 보다. 하도 독특한 외관 때문인지 하루에 적어도 열 명쯤은 참다 못한 표정으로 가게에 발을 들여놓고 묻는다. “이곳은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19번지는 와인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bar)로, 역시 신경옥만의 독특한 리폼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오픈한 지 이제 보름밖에 되지 않았지만 리폼을 위주로 꾸며서인지 몇 년은 된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묻어나는 공간. 상호를 알리려고 보다 튀는 간판을 설치하는 요즘 세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간판에는 아무 설명도 없이 상호 대신 사다리와 석유통을 매달아 두었으며 매장 외벽은 잡지에서 찢어낸 각종 사진을 도배지로 재활용했다. 비에 젖으면 젖는 대로, 햇빛에 발하면 또 그 나름대로의 빛바랜 색감을 즐길 수 있도록 외벽에 붙인 종이에는 그 어떤 마감재도 사용하지 않았다.
19번지는 딱히 어떤 스타일이라고 명명하기 힘들다. 인테리어의 국적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한옥의 창호지 문을 파티션으로 활용했고, 조명은 모로칸 스타일을 선택했으며, 의자는 파리의 노천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들여놓았기 때문.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냥 ‘신경옥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제 대략 ‘신경옥표 리폼 아이디어’에 대한 시각 투어를 끝내야 할 시간이다. 무조건 새것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한 신경옥의 사려 깊은 시선은 늘 가슴 한 켠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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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활용 노하우│
이제 이름 석 자만으로도 웬만한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신경옥 스타일의 첫 번째 특징은 고목을 공간 속에서 적절히 활용한다는 것. 한옥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목이나 기찻길의 침목, 헌 가구에서 떨어져 나온 고물 문짝 등은 신경옥 스타일을 완성하는 중요한 소재다.
작업실 현관 문의 가장자리에 고목을 고정해 정크 스타일을 완성한 노하우를 살짝 빌려 보자. 우리 집에도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로 금세 공간이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한다. 또한 고목은 반듯한 선반 대신에 거친 느낌을 살리고 싶을 때, 벽에 고정해 액자로 활용할 때, 양초를 올려 두어 촛대로 사용할 때… 이 모든 순간마다 그것만의 독특한 미감을 발휘할 줄 아는 힘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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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리빙 장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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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속에서 디자인너의 숨결과 개성이 엿보입니다.
인테리어디자인을 지나치게 정형화 된 틀로 만들어가는 현시점에서 개성이 얼마나 멋진 공간연출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