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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총각&노처녀 2010. 3.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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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결혼식 날…(모셔온 글)


    교회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태환도 많은 사람들 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가을 옷을 입은 고추잠자리들이 허공을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화단 한 쪽에는 햇볕에 얼굴을 검게 그을린 해바라기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사회자의 인사말이 끝나고 신랑이 입장했다. 그리고 신부 입장을 알리는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술렁거리던 식장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신부가 들어올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고개 숙인 신부가 보였다. 다리가 불편한 신부는 아버지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중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느리게 연주되는 피아노 반주에도 신부는 발을 맞추지 못했다.


    쓰러질듯 한 쪽 발을 내딛고는 서둘러 다른 한 발을 내딛다가 신부는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식장 안은 술렁거렸다. 신부를 일으켜 세우는 신부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주례를 향해 뒤돌아섰다.


    태환은 그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신랑이 자신의 한 쪽 발을 신부의 웨딩드레스 밑으로 살며시 넣고는 신부의 짧은 왼쪽 발을 자신의 발등으로 떠받치고 있는 것이었다. 신랑은 중심을 잡으려고 신부보다 더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몇 달 후 태환은 그 친구의 집에 갔다. 친구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의 대문은 빨갛게 녹슬어 있었다. 그는 친구를 따라 분꽃이 활짝 핀 마당을 지나갔다. 그리고 좁은 통로를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친구의 아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사열하는 호위병처럼 벽면에 줄지어 서 있었다.


    결혼사진 속의 신랑·신부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예복은 몹시 초라했다. 결혼식 날 신랑은 양복에 뒤축이 다 닳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신부가 입고 있던 빛바랜 웨딩드레스도 사진관에서 값싸게 빌려 온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절약한 결혼 비용과 축의금 일부를 고아원과 앞 못 보는 사람들의 개안 수술비로 보냈다. 그들의 도움으로 한 아이의 엄마가 개안 수술을 받았다.


    앞 못 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지하철에서 바구니를 들고 다니던 어린 딸에게 이제는 엄마가 희망이 돼 줄 수 있었다.


    친구의 아내가 준비해 준 저녁을 먹으며 태환과 친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태환은 무심코 방 안을 둘러보다 조그만 액자 속에 분홍색 종이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친구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였다.  "늘 기쁨으로 당신의 한 쪽 다리가 되겠습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당신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차라리 내 다리를 절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태환은 꽃향기로 가득 찬 친구의 방을 나왔다. 친구와 함께 좁은 통로를 빠져 나올 때… 벽에서 시멘트 가루가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 “아내가 아이를 가지면 이 통로가 좁아서 걱정이야.”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친구가 말했다.


    태환은 말없이 친구를 위로하고 달빛 쏟아지는 언덕을 내려왔다. 그날따라 밤하늘의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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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구에는 같은 하늘과 같은 공간을 점하며 살면서도 서로다른
    가치관과 의식을 가지고 사는 삶의 존재들이 있습니다.


    다른 인간들에게 인정받지는 못해서 그 자체로 신을 흐뭇하게 하는 그런 인간들이 있기에 지구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와 계산이 먼저인 만남이 아닌 가슴과 가슴이 만남을 이어가는 그러한 뜨거운 만남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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