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는 세월의 두께가 주는 아름다움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곳에 가보고 나서야 알았다. 패션 디자이너 오은환. 그녀를 닮은 그녀의 15년 된 논현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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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년 된 집, 식물 그리고 샹들리에 2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려다본 거실 전경. 메자닌(1층과 2층 사이의 공간) 구조인데 천장이 높아 탁 트인 느낌이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가구는 등을 기대고 누워 TV를 보기 좋은 간이 침대. 디자이너 진태옥 씨가 ‘태홈’을 오픈했을 때 구입한 것이라고.
2. 디자인과의 끈끈한 인연, 예술가 가족 디자이너 오은환 씨 가족. 남편 유관호 씨는 인하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작년에 정년퇴직, 현재는 인하대 명예교수로 적을 두고 있다. 딸 유혜진 씨는 홍대 미대를 졸업,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프린트 미디어과 대학원을 졸업한 미디어 아티스트. 3년 전 귀국, 숙대와 서울산업대학에 출강 중인 재원이다. 일본 ‘아오야마 안경주식회사’에서 고시노 히로코, 간사이 야마모토 등의 안경 디자이너로 일하는 아들 유근우 씨는 일본에 있어 합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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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내다보이는 다이닝룸 1층 주방에서 바라다본 다이닝룸은 눈이 부시다. 모과나무 가지가 늘어진 마당은 창틀을 액자로 삼은 한 폭의 근사한 풍경화 같다. 창가에 서면 유리로 된 바닥을 통해 연못 속 비단잉어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신기함을 뛰어넘어 서정적이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가구들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 서로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을 준다. 사선으로 엇갈린 격자무늬 내창에는 창호지를 발랐다.
1. 2층 작은 거실에서 바라본 창밖 전경 2층 응접실 뒤쪽에 있는 창문은 채광창인 동시에 훌륭한 인테리어 요소이다. 사계절, 시시각각 다른 영상을 선사한다. 나무 화분으로 근경을 만들어 창밖 나무(원경)와 근사하게 대비시켰다. 2. 마당과 똑같은 눈높이, 반지하 딸 혜진 씨가 사용 중인 반지하에 위치한 작은 방. 그야말로 ‘반’지하라 눈높이가 딱 마당 높이다. 입주하면서 맞췄다던 그 당시 스타일의 레이스 커튼은 지금 유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집과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3. 이층장으로 꾸민 벽면 오은환 씨의 집에서는 선이 지극히 모던한 한국 앤티크도 여러 점 발견할 수 있었다. 1층 다이닝룸의 한쪽 벽면은 한국 앤티크로 꾸민 대표적인 공간. 이층장을 놓고, 중앙에 액자를 걸고, 이층장 위에 꽃을 꽂아 놓으니 밋밋했을 벽면이 화려해졌다. 꽃만 바꿔줘도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진다. 집에 있는 모든 꽃꽂이는 오은환 씨의 솜씨. 4. 자연광이 쏟아지는 화장실 2층 화장실은 낮에 불을 켜지 않아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세면대 쪽, 보통 조명 박스를 설치하는 부분에 자연광이 들어오게끔 설계되었기 때문. 15년 전 그대로지만 똑 떨어지는 직각과 가장자리가 살짝 곡선 처리된 세면기와 수전 등은 여전히 모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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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같은 2층 베란다 2층, 오은환 씨 침실에 딸린 베란다 쪽 모습이다. 수많은 식물, 뾰족한 천장과 커다란 창문 때문인지 베란다라기보다는 마치 온실 같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목말과 하나씩 구입했다는 의자, 러닝머신, 사용하지 않는 조명까지 한데 놓여 있음에도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다.
1.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 정원이 있었기에 오은환 씨는 최소 15년 된 소나무와 모과나무의 그늘을 즐기고,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일년초들의 만개를 지켜보고, 늙은 호박과 모과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린다. 오은환 씨는 정원이 가장 스산할 때 촬영하게 되었다며 아쉬워했지만, 에디터의 눈엔 마냥 훌륭하기만 했다.
2. 지하 1층 서재의 벽면 수족관 유관호 씨가 서재로 사용 중인 지하 1층 공간. 다이닝룸 바로 아래층인데 재밌는 것은, 한쪽 벽면에 붙박이(?) 수족관이 있다는 것. 자세히 보니, 다이닝룸 창가에서 봤던 그 비단잉어들이다. 수면 위에는 낙엽도 동동 떠 있다. 아, 1층에서 본 바로 그 연못이었다! 연못과 접한 지하 1층 벽면을 유리로 처리, 수족관처럼 만든 것이다. 오은환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집을 지을 당시만 해도 이런 스타일의 집들이 많았는데 지금껏 이 연못을 유지하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고. 비 오는 날은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물속(!)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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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참가하던 SFAA S/S 컬렉션에도 참석 못했을 정도로, 2004년은 오은환 씨에게 무척이나 바쁜 해로 기억된다. 그녀가 바쁜 데는 갤러리 더스페이스(the spaec)가 한몫했다. 지난 11월 오은환 씨가 SFAA 대신 VIP 고객들을 위한 2005년 S/S 살롱쇼를 개최한 장소이기도 했던 더스페이스는 그녀가 지난 6월 오픈해 운영 중인 곳으로, 갤러리·카페 갤러리·화랑 등 총 3층 규모의 갤러리이다. 현재까지는 주로 젊은 신인 작가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었는데, 조만간 일본 동양미술대학과 연계한 ‘통합디자인미술학교’가 설립될 예정.
1. 다층으로 된 집 메자닌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에 선 오은환 씨. 일반 이층집의 경우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단순하게 되어 있는 데 비해 이 집의 경우 지하 1층, 반지하, 1층, 메자닌, 2층 등 총 5개층으로 되어 있다. 집이 큰데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
2. 지하 서재의 모습 남편 유관호 씨의 서재 겸 엔터테인먼트 공간. 베란다 부분이 선큰가든으로 되어 있어 지하층인데도 채광이 좋다.
인테리어디자인의 멋진 공간속에서 보여지는 개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항상 행복한 공간이란 삶의 따스함과 멋진 가구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