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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 2010. 11. 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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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인’ 몰고 다니는 남장 여자의 마력

    시사저널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입력 2010.11.06 19:11

     
    또 남장 여자 콘셉트이다. < 커피프린스 1호점 > 이 고은찬(윤은혜)에게 남자 옷을 입혀 금녀의 구역인 커피프린스 1호점에 들여보낸 후, 그 속에서 여성이 꿈꿀 수 있는 갖가지 판타지를 만끽했다면, < 성균관 스캔들 > 은 김윤희(박민영)에게 남장을 하게 하고 꽃선비가 있는 성균관에 들어가 두근두근 로맨스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남장 여자 콘셉트가 단지 로맨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 바람의 화원 > 의 신윤복(문근영)이 여성으로서는 이룰 수 없었던 화원의 꿈을 남장 여자로 넘어서려 했던 것처럼, < 성균관 스캔들 > 의 김윤희 역시 여성으로서는 펼 수 없는 꿈을 남장 여자로 넘어서고 있다. 또 남장 여자 콘셉트인가 하며 식상함을 예견했던 시청자들은 웬걸, 이 달달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가슴을 쿵쾅대게 하고, 그러면서도 꽤 진지하게 꿈을 꾸게 만드는 드라마에 푹 빠져버렸다. 한 걸음 발을 빼고 보면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하냐 싶다가도, 발 하나를 안으로 들여놓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 드라마에 폐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도대체 무엇일까. 이 드라마에 숨겨진 마력은.





    KBS 드라마 < 성균관 스캔들 > ⓒKBS 제공

    먼저 주목되는 것은 역시 '남장 여자' 콘셉트이다. < 커피프린스 1호점 > 이래 반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이 '남장 여자'의 정체는 무얼까. 먼저 '남장 여자'가 상정하는 것은 여자로서는 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그녀는 남장을 한다. 그렇게 남자만의 세계로 뛰어든 그녀는 남자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남장을 한 여성이 남자만의 세계에서 그들과 대결을 벌이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한 편으로는 멋진 남자에게 '우정'으로 다가가 알콩달콩 로맨스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바로 이 남자가 남자(로 오인되는 여성)와 사랑을 하게 되는 상황 때문에 이른바 동성애 코드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한결(공유)이 은찬에게 남자라고 해도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선준(박유천)이 윤희에게 역시 같은 고백을 하는, 이른바 '커밍아웃'이 이루어진다. 동성애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동성애 콘텐츠는 아니다. 다만 동성애적인 상황, 심지어 성별의 차원을 넘어서서도 사랑한다는 좀 더 극적인 스토리가 있을 뿐이다. 여성이 이런 동성애 코드(항간에는 야오이 문화라고도 부르는)에 빠지는 것은, 그것이 동성애 자체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넘어서는 로맨스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남장 여자' 콘셉트의 시작은 사회적인 불평등에서 비롯되지만, 일단 남장 여자가 되어 남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오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판타지로 바뀐다. 현대 여성이 꿈꾸는 두 가지 욕망, 즉 일과 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바로 이 남장 여자 콘셉트를 통해 모두 충족된다. 윤희는 그녀를 성균관에서 쫓겨나게 하려는 하인수(전태수)와 그 무리들에 맞서면서 성장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그녀를 돕는 이선준이나 문재신(유아인), 구용하(송중기)와 로맨스를 만들어간다. 게다가 이 '남장 여자'라는 설정은 좀 더 극적인 상황을 가능하게 한다. 즉, 남자와 여자가 한 방에서 가슴 설레는 밤을 지낸다거나(그것도 멋진 남자 둘 사이에서), 우정을 빙자해 손을 잡고 혹은 서로를 껴안는다거나 하는 상황은 그저 여성 캐릭터라면 밋밋하거나 너무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는 것이지만, 남장 여자라는 콘셉트 속에서는 특별해진다. 적당한 달달함을 한없이 만끽하게 해줄 수 있는 장치이다.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그녀의 주변에 존재하는 남성 캐릭터이다. 그 남성 캐릭터의 면면은 그녀의 혹은 그녀를 바라보는 많은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이다. 이선준은 능력 있고 집안 좋은 엄친아로서 전형적인 바른 생활 사나이. 어딘지 꽉 막혀 보이는 이 사내는 그러나 윤희를 만나면서 사랑을 알게 되고 차츰 자신이 늘 넘기를 주저했던 어떤 선을 과감하게 넘게 된다. 사랑도 모르고 공부밖에 모른 채 살아왔던 도련님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존재로서 윤희는 여성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한편 늘 한 발짝 뒤에 떨어져서 안타깝게 윤희를 바라보기만 하는 문재신은 겉으로 보기에는 거친 '걸오'이지만, 속내는 여성 앞에서 딸꾹질을 할 정도로 쑥스러움을 타는 인물이다. 이선준과는 달리 그는 반항적이고 야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문재신은 뒤에서 윤희를 든든히 보호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여성의 판타지가 된다. 이른바 '걸오앓이' 신드롬의 실체는 여기서 비롯된다. 한편 구용하는 그 특유의 명랑함과 명석함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이다.

    남자들의 변신과 성장의 동인인 여주인공은 '세상 바꾸는 힘'으로 그려져

    이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판타지 속의 남성은 그러나 저마다 시대의 아픔을 한 자락씩 품고 있다. 좌상의 자제인 이선준은 자신의 뜻과 아버지의 뜻이 부딪치게 되고, 문재신은 금등지사와 얽혀 죽게 된 형을 통해 알게 된 썩어버린 조정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구용하 역시 명문가 자제만이 뚫고 올라갈 수 있는 벼슬자리와 그렇게 한 자리씩 차지한 자들이 자신의 잇속만을 채우는 모습에 실망하고 한껏 시니컬해지는 인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어딘가 한 조각씩이 부족한 청춘이 윤희를 만나면서 차츰 성장해나간다는 것이다. 이선준은 그것이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정의라는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금등지사를 찾아 나서고, 문재신은 젊은 혈기만으로 세상을 바꾸려던 치기에서 벗어나 차츰 성숙해져가며, 재미로만 삶을 탕진하던 구용하 역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 뜻을 모은다. 그 성장의 동인인 윤희라는 존재는 마치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서 그려진다.

    < 성균관 스캔들 > 이라는 수렁 속에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오기가 힘든 것은 이처럼 여성의 결핍된 부분을 판타지로 채워주는 콘텐츠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성별을 넘어서는 실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있고, 심지어 성별을 넘어서까지 사랑한다고 말하는 멋진 남자가 있다.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 한 발짝 떨어져 그녀를 보호해주는 남자도 있으며, 그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남자가 있다. 게다가 이 남자들은 그녀가 사실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도 여자로서 그녀를 속박하려 들지도 않는다. 한 동문으로서, 세상을 바꿔보려는 꿈을 가진 청춘으로서 그녀와 함께 걸어가려 한다. 비록 남장 여자라는 가면을 쓰는 것이지만, 그를 통해 일과 사랑에 대한 완벽한 판타지가 실현됨으로써 특히나 여성들이 기꺼이 폐인(?) 행렬에 끼어들고 있다.

    그녀들은 왜 남자 옷을 입었을까


    < 커피프린스 1호점 > 의 고은찬은 꽃미남이 득실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 여자가 되고, < 바람의 화원 > 의 신윤복은 화원이 되기 위해 남장 여자가 된다.

    < 미남이시네요 > 의 고미녀(박신혜)는 아이돌 그룹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남장 여자가 되며, < 성균관 스캔들 > 의 윤희는 성균관 꽃선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남장 여자가 된다. 한편 < 선덕여왕 > 의 덕만(이요원) 역시 화랑 생활을 하기 위해 남장 여자가 된다. 그녀들이 남장 여자가 되는 이유는 어딘가 판타지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함이다. 이들 남장 여자 드라마가 마치 < 베르사이유의 장미 > 의 오스칼이 그랬던 것처럼 순정만화 같은 달달함과 절절함을 동시에 갖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남장 여자 드라마를 그저 하이틴 로맨스물의 변형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거기에 들어 있는 판타지가 환기시키는 현실의 결핍이 결코 작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이 좌절시킨 일과 사랑에 대한 욕망이 그 속에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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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가슴달린 남자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여자로서의 다양한 불이익과 차별을 항거하는 방법으로 남장을 통해서 남성사회에 진출해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이야기. 우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현실과 다른 무엇인가를 통해서 능력을 발휘하는 환타지속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과의 괴리감에서 묘한 대리만족을 느낀다.

    재벌 아들이 또는 권력자의 아들이 평범한 범인의 삶을 산다든가 동떨어진 사회적인 여건의 인물들이 로맨스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면서 묘한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지속적인 행복보다는 일시적인 만남과 로맨스에 치중한 나머지 주인공 남녀의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가끔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나름의 로맨스를 통해서 사랑을 이루어가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지속되는 경우, 처음 사랑의 감정을 지키는 경우는 희소하다.

    두번째는 사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로맨스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의 심경을 울리고 수많은 타자지향적인 신데렐라와 온달족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삶의 열정을 가지고 성공을 향해서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타인의 능력에 의지해서 자신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나약한 수동적인 존재인 자신을 만들어가고 막연한 환상만을 꿈꾸는 비현실적인 몽상가로 스스로를 규정짓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이다.
    가능성 없는 환상에 목을 매기보다는 현실적인 자신의 능력에 전부를 거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삶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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