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흐르는 물이다. 흘러가야 한다. 그리고 성숙되야 한다.반드시해라 2012. 5. 13. 09:42반응형
그러나 사실 나이를 거슬러서 젊고 멋지게 사시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나이와 무관하게 성숙되지 못한 어르신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흐르지 않고 버티어 봤자. 돌아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책과 주변의 비난어린 시선뿐이다.
나이를 먹어가면 많이 듣고 보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하며 다른 사람의 삶에 해악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을 나이값이라고 생각한다.
노점상 아줌마의 아픈 하루
"할아버지 이젠 그만 집으로 가세요."
"뭐라? 이 에미나이가 뭐라노?"
"할아버지 벌써 몇 시간째예요?
저 장사하게 이제 그만 가주세요. 네?"
"싫어 안가! 아니 못 가!
내 돈 내고 내가 정당하게 사먹고 싶다는데
왜 못 팔겠다는 것이야 응? 200원은 돈 아니야?"
위 대화 내용은 알콜 중독증세를 보이는
동네할아버지와 나의 대화 내용이다.
남편이 사업을 하는데 수금도 안되고 힘들어 해서
길가에서 떡볶이와 어묵, 순대 등등을 파는
포장마차를 한지 6개월째 접어들었다.
둘째 아이를 낳기 전인 4년 전쯤에도
해봤던 일이기에 한결 수월하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힘들 때가 있다.
포장마차 문을 열자마자 할아버지께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이 취한 상태로
소주 한 병을 사 가지고 오셔서는
하나에 200원씩 하는 어묵을 하나 드시겠단다.
노인 분들이야 돈이 없는 걸 뻔히 아는지라
늘 소주를 사 오셔서 한 잔씩 드시는 걸
그냥 눈감아 드렸는데 오늘은 받아 줄 기분이 영 아니다.
할아버지께서 200원 짜리 어묵 하나와
국물에 소주를 몇 시간 씩 앉아서 드시니
손님들이 왔다가도 눈살을 찌푸리고 가기 일쑤다.
추운 겨울날씨 만큼 내 마음도 오늘은 차가웠다.
문을 열자마자 오셔서
내 기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으시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미웠다.
아직 개시도 하기 전에 오셔서는
200원 짜리 어묵을 하나 먹어도
본인의 돈을 내고 먹으니 정당하다고,
못 팔겠으면 파출소에 가자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신다.
아침부터 술에 취하셔서 눈은 무섭게 충혈 됐고
발음도 제대로 되질 않는다.
전엔 이런 할아버지가 싫어도 불쌍하고 안돼 보여서
그냥 하시는 대로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오늘은 할아버지께서 길에서 큰 소리를 치시고
나를 망신 주시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몰려든다.
내가 오늘 이렇게 기분이 나빠서
할아버지와 다투는 이유는
엊그제 할아버지께서 술에 취하셔서
포장마차에 들르셨다.
"이 봐! 난 순대를 싫어 하니 순대 말고 내장만 줘.
내장 중에서도 간만 줘!"
술에 취하셨어도 또박또박
순대 말고 간만 달라고 하셨다.
난 순대도 싸 드리겠다고 했지만
할아버지께선 당신은 순대는 안 드시니
간만 달라고 하셨다.
마침 옆에 손님 한 분이 계셨는데
우린 그냥 마주보며
할아버지의 술주정을 받아들이며 웃었다.
난 할아버지가 달라고 해서 간만 썰어서
2,000원인 순대를 1,000원에 그냥 싸드렸다.
그런데 10분쯤 지났을까?
할아버지의 부인인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아까 할아버지께서 싸 가신 봉투를
내게 내던지며 다짜고짜 큰 소릴 치신다.
"아니, 이 봐요! 아무리 술 취한 양반이
순대를 달라고 했기로서니
먹지도 못 할 간만 싸줘요?
떽끼 나쁜 사람 같으니라구."
난 눈물이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할머니, 제가 간만 싸드린 게 아니고
할아버지께서 간을 좋아하신다고
간만 싸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할머니께선 술 취한 할아버지께
내가 간만 싸드린 걸로 오해를 하신다.
마침 옆에 아까 계시던 손님이
조금 전의 상황을 말씀해 주셔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때서야 할머니께서 믿으시며 조금 누그러지셨다.
난 할머니께 그냥 천 원을 돌려 드리고
할머니께서 가져오신 간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 자존심마저 쓰레기통에 그렇게 쳐 박혀 버려졌다.
그 날 이후로 난 그 할아버지만 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부터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또 오셔서는
내 지치고 아픈 가슴속에 불을 지르신다.
개시도 하기 전에 술을 사오셔서
어묵 하나에 마시겠다고 하니
지난 번 일도 생각나고 해서
내 기분이 도저히 허락하질 않았다.
오늘은 울면서 할아버지와 싸웠다.
"할아버지 오늘은 그냥 가세요.
제가 어묵 돈 안 받고 그냥 싸 드릴게요.
집에 가서 드세요. 네?"
"됐어! 날 뭘로 보는 게야?"
"할아버지 저 장사해야 해요.
할아버지께서 소주병을 이곳에 놓고
오래 앉아 계시니까
손님들이 눈치만 보다 그냥 가잖아요.
여긴 술 파는 곳이 아니잖아요."
"가라고 해!
지 까짓 것들이 뭔데 날 우습게 봐 엉?"
말도 안 되는 할아버지의 술주정은
멈출 기세를 보이질 않았다.
난 그냥 길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울어버렸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추운 날 흐르는 내 눈물은 더욱 차가웠고
내 설움도 그렇게 차갑게 흘러내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봐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내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고
서글프고 또 서글퍼서 울었다.
옆 건물의 단골 청년이 와서
할아버지를 겨우 설득해서 보냈다.
종일토록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산다는 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수많은 파도를 헤치고 건너야 다다르는 바다 끝이지만
오늘 같이 힘든 날엔 온 몸에 힘이 다 빠진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섧은 마음으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내 소중한 새끼 둘은 9시가 넘었는데
아직 밥도 먹질 않고 TV만 쳐다보고 있다가
내 아픈 가슴에 와락 안긴다.
서글픈 눈물이 주책없이 마냥 흐른다.
오늘만 울리라.
오늘까지만......
<모셔온 글>
남을 힘들게 하지맙시다.
절대로 남을 괴롭히지도 맙시다.
자신에 대한 평가와 대우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발자취입니다.
남을 원만하고 시대를 탓하고 환경을 비난하기 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길을 돌아봅시다.
삶의 의외로 공평한 구석이 많이 있습니다.
반응형'반드시해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사하는 삶, 만족하는 삶, 그리고 비우는 삶이 주는 멋진 인생 (0) 2012.05.17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장 하십시오. 이제 당신의 삶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0) 2012.05.15 예외는 예외이고 그 예외는 단지 결과이다. 우리는 보편적인 진리에 따르는 습관이 필요하다. (0) 2012.05.14 행복은 널려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몫이다. (0) 2012.05.12 시간은 소중하지만,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사용하는 이는 드물다. (0) 2012.05.10 지금은 넓어보이지만, 결국에는 좁아자는 길이 있고, 지금은 좁아보이지만, 결국에는 넓고 편한 길이 있다. (0) 2012.05.02 복을 부르는 방법, 복된 인생을 사는 방법, 복과 함께하는 방법 (0) 201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