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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만이 불평등을 지고 태어난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지표일 것입니다.
    힘이되는글 2012. 5.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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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 적에 유난히 말이 느려 놀림을 많이 받았습니다. 수줍음이 많은 탓도 있지만 엄마가 선천적으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분인 까닭도 있습니다. 사실 나를 키운 분은 친엄마가 아니라 고모예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빠는 고모를 등에 업고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며 사셨다더군요. 동네 아이들이 말 못하는 고모를 아무리 놀려도 아빠는 골목에서 보란 듯이 고모와 고무줄놀
    를 해 준 자상한 분이셨대요
    .

    그러던 어느 새벽, 막노동 일을 하러 나간 아빠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고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모와 어린 나를 두고 친엄마가 집을 나가 소식을 끊자, 고모는 내게 농약을 먹이려고 했지요. 모진 세상살이를 헤쳐 갈 힘도 없으니 차라리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요. 그런데 그 순간 고모는 아빠 얼굴이 떠올랐대요. 한겨울에도 고모를 업고 다니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는 아빠. 그런 아빠의 분신인 나를 허망하게 죽게 할 수 없어 고모는 양말 수레를 끌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고모는 나를 딸로, 나는 고모를 엄마로 삼았지요. 고모는 무거운 양말 수레를 끌고 다니느라 기운이 빠져 옥탑방 계단을 오르다 미끄러져도 아프다는 소리 한 번 하지 못했습니다. 전기세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겨도 고모는 속울음을 삼켜 가며 모진 세월을 견뎌 내야 했지요. 오로지 나를 키우기 위해서요.

    내가 그런 고모 속을 태우지 않고 자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유치원 다닐 때부터 학교생활에 적응 못해 충분히 고모 애를 태웠으면서도 나는 고3 때 또 고모의 억장을 무너뜨렸습니다. 옥탑방에서 쫓겨나 시설을 전전하면서 무슨 대학이냐고, 당장 학교 그만두고 돈을 벌겠다며 교과서를 모두 찢어 버렸습니다. 구걸하다시피 양말을 팔아서 산, 고모의 피땀을 뭉개 버린 것이지요. 그런 뒤 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습니다.

    하루는 일하러 나가려는데 신발이 없었어요. 발을 동동 구르는데 고모가 가위로 잘라 버린 운동화와 내가 찢어 버린 교과서를 건넸습니다. 조각난 책장을 테이프로 얼기설기 붙였더군요. 고모는 편지도 내밀었어요.

    「사랑하는 내 아가. 이 못난 몸으로 감히 엄마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하늘에 감사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네 입 모양을 보고 말뜻을 짐작하지만 나는 안 먹어도 배부른 행복한 사람이었다. 행인이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도, 멀쩡한 양말을 트집 잡아도, 내 옆에 말간 눈을 빛내며 앉아 있는 어린 너를 보며 참을 수 있었지. 네 아빠가 나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세상에 발 딛고 살게 해 준 것처럼, 너도 내게 세상에 정을 주고 살아갈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단다.

    그러니 아가야. 내게 그랬던 것처럼,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다오. 내가 죽어 네 아빠를 만나도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저렇게 키웠어요, 하고 어깨 펼 수 있도록. 그렇게 해 주겠니? 비록 형편이 어려워 네 앞날이 순탄치 않더라도 여느 아이처럼 책상에 앉아 꿈꾸며 살아 주길 간절히 바란다. 네가 이대로 공부를 포기하면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할 거야. 네 아빠가 내려다보는데 내가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아가겠니?」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엄동설한에도 내 손발에 양말을 몇 겹이나 신겨 등에 업고 고모는 수레를 끌었습니다. 공책 한 권 더 사 주고 싶어 그런 걸 알면서도 왜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건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한 끝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밤늦도록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전처럼 못난 생각하지 않고'선생님'이란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교육만이 불평등한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내가 지금껏 받아 온 기회에 보답하는 것이고, 또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살아갈 기회를 주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 이나림님 

    누군가에게 교육은 억지로 해야하는 걸림돌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디딤돌일 수 있다.

    모든 이가 평등하지는 않고, 모두가 같을 수도 없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평등은 이 자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중시하시는 하느님이 이 세상모두를 개성있게 연출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그 개성과 나눔의 장을 차별과 계층으로 나누어놓았다.

    중요한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 것을 밑걸음삼아서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고 또한 익히면 우리의 삶은 다양한 가능성의 장으로 인도될 것이고 다양한 문이 열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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