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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구상
1
죽음! 너는 나와 한 탯줄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너는 나에게서 언제 어디서나
떨어지지 않는 또 하나의 그림자
나는 너를 마주할 때마다
너를 어둠의 수렁으로 섬찟해하고
너를 천 길 벼랑으로 섬뜩해하고
마치 원수나처럼 외면하려 든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나는 너로 말미암아 그나마
삶의 명암과 그 덧없음도 알게 되고
삶의 보람과 그 기쁨도 깨닫게 되고
신비하고 무한한 가능성에도 살게 되었다
또한 나는 너와의 현존에 앞서
우리를 있게 한 실재를 우러르게 되었고
그 조화 속의 나의 불멸을 믿게 되었고
그 영원 속의 삶을 그리고 기리게 되었다
- 누가 죽음을 종말이라고 말하는가!
모든 존재의 그 표상은 변하고 변해도
영원 속에서 태어난 존재의 끝은 없고
죽음은 그 영원에의 통로요, 희귀요,
또 하나 새 삶의 시작일 뿐이다
2
우리 인간은 태초부터
이 우주만물과 더불어
비롯함도 마침도 없는 님의
그 신령한 힘으로 태어났다
이제 이 지구란 별에 와서
육신이란 옷을 걸치게 되었지만
마침내 우리는 또다시 그 님의 품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님의 품, 우리의 그 본향이
광대무변한 이 우주 안에 있는지
아니 그것도 넘고 넘어서 있는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돌아갈 고향이
저렇듯 있음을 잠시도 잊지 말고
또한 거기에는 축복된 새 삶이
펼쳐질 것을 추호도 의심치 말고
아무리 오리무중과 같은 시대 속에서도
아무리 미혹과 방화의 표류 속에서도
아무리 칠흑과 같은 어둠 속에서도
아무리 실패와 좌절의 수렁 속에서도
아무리 파탄과 절망의 구렁 속에서도
아무리 풍랑과 격동의 와중에서도
우리는 되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을
굳게 굳게 믿으며 거기서 힘을 얻자
그리고 그 님이 우리의 육신 속에
사람의 징표로 은혜롭게 심어주신
양심의 소리에 언제나 귀기울이며
오늘서부터 영원을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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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루에 한번은 죽음을 생각하자.
매일 하루에 한번은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갖자.
매일 하루에 한번은 생각을 내려두고 멍하니 있어보자.
삶은 의외로 한걸음 물러나 있을 때 잘보이는 속성의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