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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으로 인해서 아니 가난이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인해서 우리는 무수히 죄를 짓고 죄와 함께하게 됩니다.
    반드시해라 2011. 9. 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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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이 원망스러워

     

      

      친정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동생은 전화선을 통해

      "누님! 우리집에 한 번 내려왔다 가면 좋겠는데...

      어떻게 안되겠어?" 하고

      기운없이 말하더니 이내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불길한 예감으로

      "왜? 무슨 일 있냐?

      어머니 돌아가시게 생겼어?" 하고 물으니

      "아니! 어머니는 그대로 누워 계시는데...

      집사람한테 너무나 미안하기도 하고...

      요새 집사람이 불평이 많은것 같애." 하고

     

      대답하는 동생의 목소리에서는

      내가 꼭 한 번 내려와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나는 "응, 그래! 그러니?

      근데 내가 내려가기는 힘들것 같애...

      내가 나중에 한번 내려갈께." 라고

      동생에게 말한 후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동생이 병든 어머니 모시고 있으면서

      얼마나 외롭고 괴롭고 힘이 들면

      누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꼭 한 번

      내려와 달라고 간절히 말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목 놓아 울었습니다.

     

      내가 울음을 참지 못햇던 것은 가난때문에

      동생 집에 바로 갈 수 없는 내 처지가

      너무나도 서글퍼서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친정에는 오빠가 둘이 있고, 남동생이 둘이 있는데

      저마다 살기 힘들다 하고,

      특히 큰올케가 어머니를 원수같이 생각하면서

      죽어도 못모신다고 하니...

     

      팔순의 어머니는 오갈곳이 없게 되고,

      어머니 모시는 문제로 인하여

      친정집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으니...

      나는 남편 앞에 얼굴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중 마음씨 착한 막내네가

      중풍에 치매까지 걸린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나섰으니...

      막내올케가 너무나도 고맙고,

      큰올케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스스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시기에

      늘 누워 계시기만 하고...

      밥도 다 먹여드려야 하고...

      대소변도 다 받아내야 하고...

     

      엉덩이에는 욕창이 생겨 하루에도 몇차례씩

      돌아 눕히면서 소독을 해줘야 하는

      수발을 막내올케가 다 하고 있습니다.

     

      중풍까지 겹쳐서 왼쪽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어버린

      어머니를 이틀이 멀다 하고 목욕시켜 드리고...

      일부러 누룽지를 만들어서 어머니께 먹여 드리고...

      어머니 머리 자르는 일까지 곧잘 하는

      우리 막내올케는 날개없는 천사나 다름이 없습니다.

     

      막내네가 형편이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어서

      방이 둘밖에 없는 좁은 집에

      거동도 못하시는 어머니까지 보태서

      여섯이나 되는 식구가 어렵게 살면서도

      크게 불평하지 않고 잘 참아주는 막내네 식구들이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지 모릅니다.

     

      그러니 다른 형제들이 찾아가서 격려도 좀 해 주고,

      어머니 입맛 다실것이라도 사 드리라며

      돈이라도 좀 주고 하면 좋으련만

      어느 자식 하나 얼굴 한 번 내밀지 않고,

     

      어머니 생신날이에도

      아무도 오는 사람 하나 없으니 천사같은 올케도

      인간인지라 '세상에, 자식들이, 형제들이

      너무나도 무심하다'는 불평이

      생길수밖에 없으리라는 짐작이 충분히 갑니다.

     

      그래서 동생이 저한테 꼭 한번 내려와서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어머니도 보고,

      올케를 좀 다독여 주고, 얘기도 나누면서

      마음을 좀 풀어달라고 울먹이며 전화를 했었는데,

     

    '일단 내려 갈려면 당장 몇만원의 교통비가 들어가고,

      뭐라도 사가지고 갈려면 돈이 필요하고,

     

      또 병수발 드느라고 고생하는 올케한테

      성의표시라고 할려면 돈이 얼마야!' 하는 생각이 앞서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도 내려가겠다는 대답을

      못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서러워서 그저 한없이 울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일거리를 찾아 헤매다가 며칠전부터

      장미하우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장미꽃을 재배하는 하우스농장에 가서

      일당 25,000원을 받고 꽃따는 작업을 합니다.

     

      그 일이라도 계속하게 되면 돈을 좀 마련해서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막내동생 집에

      한 번 내려가서 어머니도 뵙고 올케한테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올라와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

      .

      .

     

    이글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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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물질적인 풍요가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극한적인 가난은 삶의 가치 전체를 파괴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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